# 다시 신주쿠


급 피곤함을 느껴 신주쿠 숙소로 되돌아온다
오늘은 일본에 지인을 만나기로 한날이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라고 스스로에게 빨리 숙소로 가라고 속삭여준다
이런 달콤한 꼬심에는 냉큼 응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 되돌아오는 길이 험난하다
신주쿠역에서 숙소로 가는데 역시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럴 땐 내가 밉다
이넘 2번 온 걸로 부족하니라고 질책한다

하지만 숙소의 욕조에 누우니 모든 게 쿨하다
뭐 내가 완소남이지만 완벽남은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위로한다
머 별거 있냐고요 ㅋㅋ

씻고 나서 침대에 누우니 잠이 술술 온다
잠시 후 눈을 떠보니 7시

만나기로 한 장소는 모르지만 만날 시간은 7시 30분
대충 옷 입고 있으니 전화기가 울린다

지금 어디냐고 물어 숙소라고 답변해줬다
아는 언니도 함께 조인하기로 했다고 한다
내가 아침에 탐험한 장소인 서신주쿠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이미 시간은 7시 30분
음... 그래 여자가 기다리는 경우는 없지만 지인은 기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느긋하게 나간다

서신주쿠 역에 로손 편의점에서 전화를 거니 어딘가에 있다고 해 지리를 잘 아는 그대들이 이리 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제안한다
결국 8시가 다돼서 랑데부 한다

마수다상과 함께 온 야마다상
음... 둘 다 포스가 장난 아닌듯하다

일단 반갑다고 하고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뭘 먹고 싶다는 마수다상의 물음에 그냥 싫은 것 빼고 다라고 대답한다
마수다상이 주먹을 불끈 쥐는 걸 보고 아무거나 좋다고 말을 바꾼다
음... 늦은 데다 입맛도 까칠하니 잠시 흥분했나 보다

일단 식당으로 들어가려나 했는데 술집이다

 

승리의 브이자 마스터가 운영하는 술집. 이름 모름

어떤 맥주를 원하느냐는 말에 오늘 트위터에서 추천받은 에비스 한정판 아니면 사포르클레식비어라고 했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종업원을 부른다
종업원도 역시 곤란한 표정이다

그냥 아무 맥주나 마실게요라고 다시 말한다(참, 일본 지인들은 모두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어서 난 한국어 아니면 일본어를 한다)
그리고 나온 생맥주
한 모금 마셔보니 맛있는 것 같다
캬~ 하고 좋은 걸 이라고 말하려는데 마수다상이 이 맥주 이상하다고 한다
음 그러고 보니 내 귀가 다시 팔랑팔랑 거리면서 맥주 맛이 좀 맛이 간 걸로 느껴진다
이런 저질 맥주를 팔다니.... 된장...

아사히 맥주를 새로 받는다
마신다

참 야마다상도 싱글이라고 한다
아하... 나도 싱글이라고 소개한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막내란 걸 파악해낸 두 명은 두 손을 살포시 쥐고 뺨에 갖다 대며 "막내 데스까... 이~잉" 한다
참 귀엽기다 하다
그래서 이모라고 불러줄게요 하니 아잉 한다
당신은 나의 옥상입니다라고 짧은 일본어로 얘기했더니 둘 다 표정이 묘하다
옥상은 와이프인데라고 한다

음... 언제부터 옥상이 이모에서 와이프로 변한 건지 모르겠지만 대충 수습한다

이 분들 한국어를 배우는데 한 달에 3만 5천 엔이라고 한다
한 타임에 약 5천엔 정도라고 하는데 역시 일본이라 그런지 좀 비싸다

1차를 마치고 2차에 한국어 선생님과 함께 하기로 한다
서신주쿠역에서 만난 한국어 선생님과 스위스에서 공부한다는 그분 아들 그리고 일본 여학생 1명이 추가됐다
2차의 주제는 월드컵과 한국 문화다
그리고 와리깡의 시간이 왔다
일본의 전통문화인 와리깡은 우리말로 각자내기 영어로는 더치페이다

1차를 내가 쐈는데 2차는 2명이 내 것을 함께 분담해서 내준다

그리고 다시 3명이 남아 3차를 간다
3차는 가부키조의 술집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술집에서 나오니 거의 3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다
그 뒤에 일어난 해프닝이 있지만 여기서 끝내보자

결국 새벽 4시에 숙소로 돌아간 나는 일본에서의 두 번째 날도 술과 함께 잠든다 

Posted by 지구의 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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